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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

2023-09-19 교류/실천

경희학원이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행사를 앞두고 중앙SUNDAY 9월 16일~17일 자 인터뷰를 통해 ‘지구사회’가 ‘평화’와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보는 이유와 위기를 돌파할 전환기획 구상 계획 등을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 중앙SUNDAY 9월 16일~17일 자 인터뷰 기사 보기

9월 21일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개최
오전 9시부터 기념식, 대담, 라운드테이블 온라인 생중계(pbf.khu.ac.kr)
기후·AI·핵·UAP···인류 역사 추동해온 의식과 정치 근원적 성찰 요구
학원·대학·사이버대학·의료기관 협력해 전환 문명 새 활로 모색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펄펄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7월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에서 경고한 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이 194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뜨거웠던 달이었다고 발표했다. 다음달도 역대 가장 뜨거웠던 8월로 기록됐다.

인류사회는 지금 전례 없는 기후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인류 앞에 닥친 위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AI의 실존적 위협이 기후 위기보다 더 시급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를 적용한 핵 등장도 가시권에 있다. 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핵 위협의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명사적 복합위기의 파국적 가능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위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과학기술문명 발달로 인류는 예상치 못한 더 큰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
기후 위기에 관한 경고는 이미 196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대량 살상 무기의 위협도 문제로 제기돼 왔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1965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회(IAUP) 창립총회 기조연설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물적 풍요의 이면에 있는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선린(善隣)의 관계를 강조했다. 인류의 자멸을 막기 위해 모든 인류가 세계시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세계평화의 날·해 제안자인 경희학원 설립자 조영식 박사는 1986년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평화의 해 기념식에서 “전쟁의 참혹한 현실 앞에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국익을 강화하는가가 아니다. 우리의 이웃과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도모할 인류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하는 문제다”라고 역설했다. 올여름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핵, 전쟁이 AI와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류는 예상치 못한 더 큰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1년 12월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인류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우주를 보여주고 있다. 빅뱅 초기의 우주와 수많은 외계 행성의 발견은 또 다른 사유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새로운 우주의 발견과 함께 외계 지적 생명체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미 하원은 미확인 공중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UAP)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지구상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UAP의 존재, 외계 지적 생명체(Non-human Intelligence; NHI)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機體)와 함께 발견됐다는 인간 아닌 생물체(Non-human Biologics)에 관한 증언이 있었다.

기후·AI·핵·UAP는 인류 역사를 추동해온 의식과 정치에 관한 근원적 성찰을 요구한다. 지구 공동체의 실존적 위기 앞에서 새로운 방향 전환을 요청한다. 이에 경희는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해 지구사회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식과 정치의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문명원, 경희대학교의료원 의과학문명원이 협력해 전환 문명의 새 활로를 찾는다.

역사 문명의 틀 바꿀 수 있는 의식과 정치의 새 패러다임 논의하는 대담 등 진행
올해 PBF는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Peace or Collapse: Planetary Society at an Inflection Point)’라는 대주제 아래 열린다. 21일(목) 오전 9시부터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세계평화의 날 기념 대담과 라운드테이블이 이어진다. 행사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며, 웹캐스트(pbf.khu.ac.kr)를 통해 생중계된다. 9월 16일(토)부터 23일(토)까지 ‘세계평화 주간’에는 서울·국제 양 캠퍼스 일원에서 관련 행사가 계속된다.

기념식에서는 세계평화의 날 42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인류사회의 실존 위기를 넘어설 평화의 마음, 정치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인류 의식을 다시 요청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공할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AI·핵·UAP라는 지구적 난제를 풀어갈 새 문명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 의식과 정치의 관행을 넘어 평화를 향한 다른 선택을 모색한다.

이어서 세계평화의 날 기념 대담이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의식과 정치’를 주제로 진행된다.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겸 경희대 Eminent Scholar가 패널로 참여해 대담을 펼친다. 사회는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이 자리에서는 인간 스스로 지구를 파괴하는 실존적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역사 문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의식과 정치의 새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기념 대담 전에는 닉 보스트롬 교수가 ‘AI 유토피아로 가는 길과 그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이날 행사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 라운드테이블로 막을 내린다. ‘지구사회로 가는 길: Post­SDGs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리는 라운드테이블은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위기의 미래 사회에 대응할 새로운 전환 기획이 절실한 지금, Post­SDGs를 향한 미래 비전과 실천 기획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리베라토 바우티스타 유엔 NGO 협의체(CoNGO) 의장, 아쓰후미 요코이 일본 오카야마대 부총장, 야오 야오 중국 커뮤니케이션대 소프트파워센터 이사가 발표를 하고, 토론자로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우균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공동회장, 최동주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이 참여한다. 사회는 송세련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세계평화 주간에는 서울·국제캠퍼스 곳곳에서 UNAI ASPIRE 경희 평화 포럼, 제42차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행사, 지구시민부스, 생태시네마 토크 콘서트, 경희 평화운동 사진전, 세계평화 카드뉴스 공모전 등이 열린다. 10월에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 ‘제9회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 백일장이 예정돼 있다.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주요 프로그램


유엔 세계평화의 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9월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유엔은 이날을 전 세계에서 폭력과 전쟁이 중단되는 날로 선포해 평화의 이상을 기념·고양하도록 한다. 이날은 1981년 11월 30일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15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제정됐다. 제36차 유엔 총회는 ‘1982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2001년부터 9월 21일로 고정),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정한다’고 결의했다.

당시 세계는 동서 냉전이 극에 달해 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하던 시기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공포한 것이다. 1986년 세계평화의 해 첫날 아침, 미국과 소련 정상은 역사상 최초로 상대국 국민에게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전했다. 두 나라가 세계평화의 해를 전기로 삼아 서로 협력해 핵전쟁을 방지하고, 화해의 새 시대를 여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돼온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런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 시대를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1981년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을 제안하는 경희학원 설립자 조영식 박사. 사진: 경희기록관 제공

‘평화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1981년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의 기조연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통해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냉전체제의 긴장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세계 정치 지도자와 군사 전문가, 석학은 입을 모아 1980년대 중반 이전에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세계 3차 핵대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시 유엔 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은 인류를 60회 이상 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핵전쟁에 대비해 대륙간 탄도탄과 핵미사일 등을 격추하는 또 다른 무기 개발에 전력을 집중했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신무기를 개발해 핵대전을 방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평화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6차 IAUP 총회에서 600여 명의 대학 총장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제안을 전원일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의안을 제출할 권한이 없었다. 경희는 코스타리카 정부의 도움을 얻어 의안을 제출했고, 제36차 유엔 총회가 이를 채택했다.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Resolution 36/67)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고양하고자 제정됐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 산하기관과 기구, 지역 기구, NGO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엔과의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 결의문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 유엔과 산하기관 및 기구, NGO, 대학 등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경희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매년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한다. Peace BAR Festival의 BAR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의 약자다. 축제에서는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고,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이 구현되는 미래문명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학술회의, 문화예술 행사, 사회공헌 활동 등을 펼친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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