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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리는 수묵 채색화, 경희 데이터가 근간 된다

2023-11-03 연구/산학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가 ‘2023년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에 선정돼 ‘한국 전통 수묵 채색화 제작 데이터’ 생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 ‘2023년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선정
올해 말까지 17억 원 지원받아 ‘한국 전통 수묵 채색화 제작 데이터’ 생성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ational Information Society Agency, NIA)이 지원하는 ‘2023년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사업’의 ‘한국 전통 수묵 채색화 제작 데이터’ 생성 분야에 선정됐다. 지난해 같은 사업의 ‘한국 전통 수묵화 화풍별 제작 데이터’ 분야로 선정된 데 이어 2년 연속 선정이다. 지난해 사업을 함께 수행했던 경희 출신 스타트업인 ㈜올빅뎃과 한국딥러닝(주)도 함께 한다. 사업 수행의 반환점을 지난 나 교수를 만나 이번 사업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수묵 채색화 데이터 제작, 텍스트 투 이미지 생성 모델 구축 작업
Q. 먼저 사업 선정 소감을 듣고 싶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사업에 선정됐다. 작년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은 점에 의미가 있다. 지난 사업을 함께 했던 ㈜올빅뎃과 한국딥러닝(주)와 같이 진행하게 됐다. 이전 사업 완료 후 과제 진행률이 전체 사업 중 가장 좋았고, 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경희 구성원의 힘을 모아 거둔 성과라 더욱 뿌듯하다.

Q. 지난 사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재가 다르다. 지난 사업은 말 그대로 한국 수묵화의 화풍별 데이터 제작을 통해 변환, 생성 모델을 만들었다. 이번 사업은 수묵 채색화의 데이터를 제작해 텍스트 투 이미지(Text-to-Image) 생성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다. 올해는 8월 초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경희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참여해 4천2백 장의 수묵 채색화를 그렸다. 이후에는 텍스트 라벨링을 진행해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식이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가 도출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많다. 미술대학 학생들도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들은 대부분 서양화 중심이라 아쉬움이 있다. 데이터 학습량의 문제로 생각하는데, 수묵화, 수묵 채색화 같은 동양화, 한국화 유형은 적다. 있는 경우에도 생성된 이미지의 수준이 서양화에 비해서 떨어진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경희대를 중심으로 11곳의 미술대학 학생이 포함됐다. 이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수묵 채색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다. 현업 작가들까지 포함해 약 180명이 참가하기 때문에, 자신 있다.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화 중심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이끄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Q. 기초 단계이자 데이터의 질을 좌우하는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작년 사업에서는 화풍별로 데이터를 제작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이번 사업에는 개체에 집중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인공물과 자연물인데,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대표적 분류를 따르기로 했다. 총 20종류의 대분류와 74개의 소분류로 구분되는 다양한 대상을 화풍(일필 채색, 공필 채색), 화법(몰골 착색, 구륵 착색), 필선(철선묘, 난엽묘)을 활용해 구축한다.

작가들의 실력을 평가해 74개 소분류 중 본인들에게 잘 맞는 분야를 선택하게 했다. 이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나면 사업단에 소속된 교강사급의 팀장들이 이 그림을 평가했다. 그림의 수준을 평가해 불통(Fail)이면 다시 그리게 하고, 통(Pass)하면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했다. 이후에도 현직에 재직 중인 동양화 교수님들께 2차 검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평가의 객관성과 작품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Q. 작품 제작 이후의 과정도 궁금하다.
작품을 제작하고 나면, 작품을 디지털화하는데 이미지를 정제하는 과정이다. 이후에는 해당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를 국문과 영문으로 입력한다. 텍스트를 간략하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20음절 이상, 5단어 이상으로 작성했다. 라벨링에서 텍스트를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했는데, 1단계로 국문 라벨러가 작업을 하면 2단계에서 영문으로 번역했다. 이후 검수를 거쳐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데이터 제작에 활용되는 작품은 경희대를 비롯한 11개 미술대학의 학생이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은 검토, 디지털화, 라벨링 등의 과정을 거쳐 인공지능이 학습한다.

작품 제작 과정 참여 학생의 교류, 인식 전환 등 효과 기대
Q. 사업의 성과는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모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성과가 있나.

‘미술(美術)’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 기술이 중요하다. 지금의 흐름은 지필묵(紙筆墨)이 아닌 새로운 미술이 등장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미술에서 인공지능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근대기에 사진기가 처음 발명됐을 때의 충격이랄까? 당시 예술가가 느낀 충격은 ‘생존의 위기’ ‘회화가 소멸할 것’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하지만 사진과 미술은 함께 공존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이 결부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펼쳐지는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과정에 경희대 미술대학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든다.

교육적인 부분도 크다. 주요 대학의 미술대학에서 소위 ‘난다 긴다’하는 인재들이 모였다.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작업을 하니,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직접 보고 교류하는 계기가 된다. 입시 과정에서는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동료이다. 학생들이 3달 정도 작업하는데,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도 있겠지만 동료가 모이는 효과가 더 크다. 10년이나 15년 후 이 자리에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모이면 ‘선릉화파’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웃음).

교류도 가능하고, 전공 실력도 배양할 수 있다. 인식의 전환도 크다. 그림만이 아니라 전통도 중요하고, 새로운 기술에 관한 인식도 중요하다. 작가가 작업 과정에 몰입하면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 인식을 넓힐 수 있다. 작품의 기법적인 측면에만 고심하다가 인공지능의 필요성 등을 깨달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사업의 책임자로 큰 의무감을 느낀다.

Q. ‘인식의 지평 확장’이 인상적이다. 이는 교수님의 개인적 경험인가.
사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한국화를 전공하니 순수미술 화가로서 페인팅에만 집중했다. 이 과정에 기술을 융합한다? 전혀 생각한 바가 없었다. 지난해 처음 사업에 참여하며 ‘기존의 예술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식을 가졌다. 저와 같이 경희 예술 계열 구성원들이 열린 사유를 하게 되면, 보다 혁신적이고 초현대적이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예술의 중요성은 그대로 있다. 인공지능이 우수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원시데이터로서 예술작품의 질적 수준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순수예술의 역량이나 기초가 다져져야만 한다. 정리해보면, 기본으로서 본인의 본업에 최대한 집중하되 열린 사고를 갖게 된 것이다.

Q. 융합 과정에 고심한 부분이나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융합은 경희 캠퍼스, 나아가 대학과 사회 전반에서 큰 화두다. 그렇지만 대학의 여건이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한 고심이 컸다. 스스로 성찰해 볼 때 미술에서는 전문가임이 분명한데, 인공지능 생성 기술의 측면에서는 무지하다. 그래서 컴퓨터공학이나 기술적 역량을 가진 연구자와의 융합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특히 경희대는 미술을 포함한 예술계열과 공학계열이 모두 있는 종합대학이다. 하향식이나 관치의 융합이 아니라 각 분야의 교수들이 자유롭게 만나 토론하고 소통하는 자연스러운 융합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연구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련 부서들이 현재도 제도 개선 및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한 국가사업이 많다. 이런 사업을 대학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촉진하고 권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NIA의 사업은 간접비가 없어서 산학협력단의 직접적 이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업을 신청단계부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과 관심이 국가 중요 사업 수행의 씨앗이 돼 관련 분야 연구 개발이란 열매를 더욱 많이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

나형민 교수는 사업 참여로 얻는 교육적 효과에도 집중했다. 학생들이 다른 대학의 학생과 만나 함께 작업하며 교류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의 변화를 체험해 인식을 전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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