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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

2022-06-25조회수 1479
작성자
이한구·강학순

문명연구 총서 3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
Reflections on Science And Technology Civilization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긍정론, 비판론, 중립론
변화하는 과학기술과 인류 문명의 관계를 성찰한 ‘문명연구 총서’ 제3권!


이한구·강학순 편 | 152*225 | 304쪽 | 무선
22,000원 | 2022년 6월 25일
ISBN 978-89-8222-720-2 (94300)
ISBN 978-89-8222-662-5 (set)





과학기술 문명은 인류와 성공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가?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 출판문화원이 문명연구 총서 3권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을 출간했다. 현대는 과학기술 문명의 시대이다. 과학기술 문명은 인류와 성공적으로 공존할 것인가.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에서는 과학기술 거버넌스, 포스트휴먼 주체, 인공지능의 윤리적 가능성 등 과학기술 문명 속 다양한 주제를 논하고 긍정론, 비판론, 중립론의 입장을 다룬다.

로봇이 물류를 전담해 처리하고, 음식 주문을 받으며, 스피커가 알람에서부터 하루의 비서 역할을 한다. 자동차들이 서로 연결되어 속도와 조향 장치를 스스로 제어하고, 인공지능 의사가 의료 검사 결과를 분석해 병을 진단한다. 이미 이뤄지고 있거나 근 미래에 실현될 이러한 모습은 거꾸로 기술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최신 나노기술, 빅데이터,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혁신의 쓰나미는 산업과 경제를 넘어서 사회, 문화, 교육의 영역으로 전방위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 불평등 심화, 인간성 상실, 국제사회 분쟁 등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으며 인류가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되묻는다.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경희대학교와 더불어 여러 대학의 저명한 교수들이 함께 모여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으며,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김승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될 수 있는가’(김재희) ‘정보사회, 새로운 유토피아냐 혹은 암울한 디스토피아냐’(윤병렬) ‘자율적 도덕 행위자로서의 인공지능’(신상규) 등 총 10편의 글이 실렸다. 대표저자이자 2014년부터 8년 동안 이 책의 기반이 된 ‘문명연구 세미나’를 이어온 이한구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시선과 미래에 대한 전망도 달라진다면서 “이 책에서는 여러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여러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은 인류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로 60여 회의 세미나를 이어왔으며, 그 결과물로 〈문명연구 총서〉를 출간하고 있다. 이 총서는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다방면에 걸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문명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가운데 비슷한 주제의 글을 묶은 것으로 이후 인공지능, 기후위기, 핵문제 등의 주제로도 출간 예정에 있다.

과학과 문명,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10개의 시선

제1부 과학기술 긍정론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 (김승환) 현대 인간은 첨단과학기술문명의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비예측적 격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초국가적 규모의 도전에 대해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고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의 지평을 슬기롭게 열어가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될 수 있는가?〉 (김재희) 트랜스 휴머니즘은 우리의 생물학적 유전적 유산에 의해 부과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공학을 활용하고자 한다. 시몽동에 따르면 융복합적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개체초월적 인간 집단’이 공-진화하는 것이 포스트휴먼 사회의 모습일 수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연결〉 (김영식) 오늘날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상반되고 대립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본성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그와 같은 분리는 부자연스러움을 밝히고, 지금까지 시도되어 온 다양한 형태의 통합과 통섭의 방안을 검토한다.

제2부 과학기술 중립론
〈정보사회, 새로운 유토피아냐 혹은 암울한 디스토피아냐〉 (윤병렬) 정보통신혁명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정보화사회에서 정보를 생산, 송신, 수신, 처리하는 당사자이며, 의사소통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타자와 세계에 열린 그러한 주체로서의 주체개념은 반드시 복권되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거버넌스〉 (손화철) 월터 옹이 제시한 ‘호모 파베르의 역설’에 기초하여 과학기술의 통제 가능성과 필요성을 주장한다. 과학기술의 개발 및 사용과 관련된 정책의 기조와 방향성 결정에 일부 전문가나 기업 국가만이 아닌 시민 일반의 소통과 합의를 고려하는 것이다.

〈자율적 도덕 행위자로서의 인공지능〉 (신상규) 일정한 요건을 만족시키는 AI에 대해서 인격성을 전제하지 않는 모종의 제한적인 도덕 행위자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도덕과 윤리를 새롭게 상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섹스로봇의 현황과 그 규제에 대한 세 가지 입장〉 (김수정) 섹스로봇의 정의와 현황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환영과 반대, 중도적인 입장을 소개한다. 개인의 선호와 취향의 자유는 존중할 수 있지만, 디자인, 제조, 유통 등에서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3부 과학기술 비판론
〈하이데거의 과학기술 문명 비판〉 (강학순) 마르틴 하이데거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과학기술 문명의 방향성을 성찰한다. 하이데거는 과학기술 문명의 근본적인 문제를 존재망각에서 찾고 기술과 사유의 힘이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추구한다.

〈과학기술 문명 시대 학문의 위기〉 (이남인) 기술문명 시대에 학문의 위기란 개별 과학과 철학의 물리학적 실증주의화에서 연유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유형의 하나로 모든 과학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행복〉 (박찬국)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서 실존적 욕망은 많은 경우 부정적인 방식으로 구현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디스토피아로 귀착되지 않고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려면 실존적 욕망을 이성적이면서도 건강하게 실현하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차례

발간사

서문

제1부 과학기술 긍정론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 김승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될 수 있는가?/ 김재희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연결/ 김영식

제2부 과학기술 중립론
정보사회, 새로운 유토피아냐 혹은 암울한 디스토피아냐/ 윤병렬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거버넌스/ 손화철
자율적 도덕 행위자로서의 인공지능/ 신상규
섹스로봇의 현황과 그 규제에 대한 세 가지 입장/ 김수정

제3부 과학기술 비판론
하이데거의 과학기술 문명 비판/ 강학순
과학기술 문명 시대 학문의 위기/ 이남인
제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행복/ 박찬국

참고문헌


저자

이한구
경희대학교 석좌교수,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저서로 《역사주의와 반역사주의》 《지식의 성장》 《역사학의 철학》 《역사와 철학의 만남》 《문명의 융합》 등이 있다.

강학순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특임연구원,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 하이데거학회 및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 《존재와 공간》 《하이데거의 숙고적 사유-계산적 사고를 넘어서》 《시간의 지평에서 존재를 논하다》 등이 있다

김수정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저서로 《처음 읽는 영미 현대철학》(공저), 번역서로 《토미즘의 원리와 생명 윤리학》 등이 있다.

김승환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전 한국 물리학회 회장, 아시아 태평양 물리학 연합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저서로 《과학 수다》(공저) 《이론물리의 수학적 접근》(공저) 등이 있다.

김영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동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저서로 《인문학과 과학》 《정약용의 문제들》 등이 있다.

김재희
을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저서로 《시몽동의 기술철학》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공저) 《디지털 포스트휴먼의 조건》(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 등이 있다.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제5회 청송학술상, 제5회 원효학술상, 제6회 운제철학상, 제6회 반야학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등이 있다.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저서로 《미래와 만날 준비》 《호모 파베르의 미래》 《랭던 위너》 《토플러 & 엘륄 :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 《과학기술학의 세계》(공저) 등이 있다.

신상규
이화여자대학교 포스트휴먼 융합인문학 협동과정 주임교수. 저서로 《호모사피엔스의 미래》 《푸른 요정을 찾아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공저)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공저) 등이 있다.

윤병렬
홍익대학교 교양학과 교수, 전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 저서로 《하이데거와 도가의 철학》 《고구려 고분벽화에 담긴 철학적 세계관》 《사유여행》 《선사시대 고인돌의 성좌에 새겨진 한국의 고대철학》 등이 있다.

이남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전 한국현상학회 회장. 대한민국학술원상(2005),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2016) 등 수상. 저서로 《통섭을 넘어서》 《예술본능의 현상학》 《현상학과 질적연구》 《현상학과 해석학》 등이 있다.


미래문명원 (www.gafc.khu.ac.kr)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은 2005년 9월, 새천년을 맞이하며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통해 인류평등의 지구협력사회, 미래지향의 지구공동사회를 이룩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오늘의 인류사회는 과학화·정보화·세계화의 시대적 추세와 함께 산업화·민주화·선진화라는 또 다른 역사의 흐름을 경험하고 있다. 또 국경을 넘어선 담장 없는 사회,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다문화사회,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정보지식사회의 도래 등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 인류사회는 패권적 힘의 지배를 넘어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 교류와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인류 공동의 가치, 목표, 과제를 향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미래문명원은 이러한 뜻을 모아 2014년부터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로 60여 회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문명연구 총서〉는 이 미래문명원 월례 세미나의 결과물이다. 세미나의 소주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선정되었으며, 당시 사회적 관심사와도 연관되어 있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공동연구원들만 모여 토론 위주로 진행하다가 조금 지나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는 본격적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미나를 영상물로 만들어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누구든 ‘인류 문명’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검색해 볼 수 있다.


문명연구 총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바라본 인류 문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문명연구 총서〉는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통신 혁명으로 발생한 문명의 변화와 문제점, 그 해결을 위한 방책에 이르기까지 문명전환 시기 논의해야 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한 문명연구 세미나의 결과물로 인류 문명에 대한 면밀한 해석과 문제점 진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현대 문명의 전환 (문명연구 총서 1)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색 (문명연구 총서 2)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문명연구 총서 3)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근간)


책 내용

서문_ 현대 과학기술 문명을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에서는 과학기술만으로는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긍정과 비판 사이에 중립적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로는 과학기술이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고,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것도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될 수 있는 중립적인 도구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대 과학기술 문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_이한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_ 인류는 현 위기 앞에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위기에 앞서 공동의 책무의식을 가지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모든 나라가 개인, 민간, 공공 차원의 협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위기의 시작부터 함께 가져가야 한다. 혼자서, 지역적으로, 한 국가가 전지구적 위기의 규모나 복잡성에 대처할 순 없다. 팬데믹의 또 하나의 교훈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고 더 큰 타격을 받은 사람과 계층, 국가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계 과학에 의하면 ‘우리는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한 것’이다._[48쪽]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될 수 있는가?_ 휴먼의 포스트휴먼화에 대한 사유는, 첨단기술과학에 의한 인간종의 변화나 인간 개체의 심-신 변형을 둘러싼 사이보그화 문제로부터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휴먼의 잠재력을 기술적 변환을 통해 향상시키고자 한 트랜스휴머니즘의 열망은,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킹으로 체현되고 분산된 네오사이버네틱스적 포스트휴먼의 조건을 기반으로, 더 높고 큰 차원에서 인간 이외의 타자들과도 공존-공생-공진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휴먼의 문턱을 넘어서는 양자적 도약으로 증폭될 수 있어야 한다._[79쪽]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연결_ 문제는 모든 정신 과정이 궁극적으로 물리적 기초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 윌슨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은 결국은 인문학을-그리고 모든 학문을-자연과학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모든 현상-예컨대, 별의 탄생에서 사회조직의 작동에 이르기까지-들이 비록 길게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_[95쪽]

정보사회, 새로운 유토피아냐 혹은 암울한 디스토피아냐_ 과학기술 문명은-그것이 정보통신 기술이든 첨단화된 IT 분야든 혹은 핵공학 분야든-그 자체로는 중립적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도 될 수 있고 또 독도 될 수 있는 그리스어 파르마콘(Pharmakon)과도 같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어떻게 이 문명을 일구어 나가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_[133쪽]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거버넌스_ 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다고 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전문가는 진공 속에서 일하지 않는다. 최첨단 연구 개발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구축된 사회 구조와 맥락 안에서 사회구성원들이 낸 세금과 투자금으로 수행된다. 나아가, 한 기술 분야의 전문가라 해서 큰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는 변화에 대한 모든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는 없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할 뿐 아니라 마땅하다._[150쪽]

자율적 도덕 행위자로서의 인공지능_ AI를 (기능적으로) 진정한 윤리 행위자 혹은 도덕 행위자로 간주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답함에 있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율성’이다. 가령 구글의 자율자동차에 대해서 ‘자율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개입이나 판단과는 독립적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금 문제가 되는 AI는 2차 수준의 자유도를 갖는다. 2차 수준의 자유도는 주어진 입력에 대해 어떤 출력을 산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내적 상태로서의 알고리듬 자체가 스스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_[168-169쪽]

섹스로봇의 현황과 그 규제에 대한 세 가지 입장_ 하모니의 경우 얼굴 모양이나 머리 형태, 목소리 등 사용자의 취향대로 여러 특질을 맞출 수 있다. 예컨대, 하모니는 웃거나 윙크를 하거나 찡그릴 수 있으며 농담도 하고 사용자의 생일이나 취향을 기억하며 영화나 음악이나 책 등에 대한 대화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록시는 활발하고, 모험심이 강한 거친 웬디, 당신의 고통과 쾌락의 환상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된 에스앤앰, 이제 겨우 18세밖에 안 되고 당신이 가르쳐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요코, 매우 경험이 많아서 당신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농염한 마사 등 다양한 인성을 부여받는다._[196쪽]

하이데거의 과학기술 문명 비판_ 하이데거도 테크놀로지 안에서 위기와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본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운명이 되어버린 기술문명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려는 의지는 그에게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는 제1 미디어인 텔레비전과 라디오 매체를 염두에 두고 테크놀로지를 바라보았다. 오늘날 소위 제2 미디어, 즉 뉴미디어인 초고속 정보망, 인터넷, 휴대전화, 전자미디어, 화상통신 등의 매체는 경험하지 못했다. 뉴미디어가 갖는 탈중심적 상호성과 쌍방향 소통에 대해서 그는 알지 못했다._[238쪽]

과학기술 문명 시대 학문의 위기_ 통섭 프로그램의 원칙적 불가능성을 앞서 개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윌슨의 통섭에 포괄되는 지식의 근본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윌슨의 통섭에 포괄되는 지식은 모두 물리적 인과관계의 망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에 대한 지식들이다. …따라서 어떤 지식이 자연적 인과관계 혹은 물리적 인과관계의 망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지식일 경우 그러한 지식은 윌슨이 제시하는 통섭에 포괄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이러한 유형의 지식이 존재한다면 통섭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_[252쪽]

제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행복_ 첨단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물질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있다. 인간이 단순한 물질적인 존재도 동물도 아니고 인간 특유의 욕망을 갖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의 기술 역시 인간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삶을 기쁨과 의미로 충만한 삶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자발적인 노력을 보조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_[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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