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몸과 재앙: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2011-11-10 교류/실천

2011 Peace BAR Festival
구성원·세계 석학이 모여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제30주년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기념 2011 Peace BAR Festival’이 지난 10월 28일부터 3일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세계평화의 날이 제정된 1982년부터 경희대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Peace BAR Festival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spiritually Beautiful),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materially Affluent),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humanly Rewarding)”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세계시민의 학술·문화의 축제다.

올해 Peace BAR Festival은 ‘몸과 재앙 :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를 주제로 삼았다. 일본의 쓰나미와 원전 사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현대문명이 맞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다. 행사는 국제학술회의, 미래문명포럼, 경희학생포럼으로 진행됐다.

조인원 총장, ‘인류의 존엄과 지구의 안위’에 대한 관심 촉구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국제학술회의 개회식에는 1,000여 명의 학생, 교수, 직원, 시민이 참여했다. 환영사에서 조인원 총장은 “경희대학교가 30년 전 UN 세계평화의 날 제정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경희가 인류평화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며, “경희는 1949년 설립 이래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쌓아왔고, 탁월한 학문적 성취와 동시에 인류와 문명을 위해 노력하는 이상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또 조인원 총장은 “경희를 비롯한 세계 대학들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지구촌 곳곳에 만연한 굶주림과 질병 해소를 위해 큰 사고와 담대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UN의 요청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번 학술회의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며 “경희 구성원은 물론, 캠퍼스 밖 지성인과 시민 모두가 인류의 존엄과 지구의 안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라며 개회를 선언했다.

개회식은 경희대학교 무용학부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로 마무리됐다. 25명의 무용학부 학생들은 현대라는 거대한 문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인류의 위기상황과 현대인의 정체성을 몸에 관한 사회철학적 담론의 확장된 영역인 춤으로 표현했다.

인류공동체의 비전을 탐색한 ‘국제학술회의’
국제학술회의 기조강연의 주제는 ‘정치적 몸, 잃은 것과 얻은 것’이었다. 강연자로 초청된 미국 노트르담대학 정치학·철학과 프레드 달마이어(Fred Dallmayr) 교수는 “정치적 몸(Body Politic)은 사회 구성원이 윤리적으로 서로 개입하고 정의와 복지를 위해 공동으로 실천하며 구성원들의 결속을 격려하고 염려하고 ‘보살피는’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재난과 재앙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정치적 몸에 대한 치료법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파라비, 이븐 루시드, 공자, 맹자 등 세계적인 사상가들의 가르침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간디의 아힘사(비폭력), 사티아그라하(진리파악) 정신을 강조했다.

첫 번째 기조발표자인 미국 애리조나대학 물리학과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 교수는 “인간은 우주와 연관이 있다”는 전제 하에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원소가 재배치된다는 과학적 원리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구와 인류가 생겨났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한 크라우스 교수는 “모든 생명체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라고 결론 내리고,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를 즐기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국제학술회의 둘째 날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철학과 안네마리 몰(Annemarie Mol) 교수가 두 번째 기조발표를 맡았다. 몰 교수는 인류에게 닥친 재앙의 해결법을 통제(Control)와 보살핌(Care)의 개념에서 접근했다. 몰 교수는 “인간의 몸은 항상 통제를 받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의해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온다”라며, 보살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의 몸과 관련해서도 보살핌의 논리가 유지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 기조발표 초청자는 영국 열린대학(Open University) 사회학과 존 로(John Law) 교수였다. 그는 “유토피아적 희망을 갖는 데 신중해야 한다”라며, “재앙을 발생시키는 기술, 사회, 과학, 정치, 경제 등의 요소를 동시다발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축하 메시지가 영상으로 선보였다. 베르트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는 지구에 큰 영향력을 미치며, 우리 스스로가 문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며 환경문제, 평화문제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국제학술회의는 라운드테이블로 막을 내렸다. ‘몸과 재앙’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발제자와 토론자가 한자리에 모여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달마이어 교수는 “교육을 통해 젊은이들이 비판적 사고력과 역량, 호기심을 키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라며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학생과 교수의 열띤 토론의 장 ‘미래문명포럼’·‘경희학생포럼’
국제학술회의에 앞서, 지난 10월 28일에는 학생·교수가 함께 미래의 대학교육과 교양교육의 방향성을 논의한 미래문명포럼, 그리고 학생 스스로 ‘2011 Peace BAR Festival’의 주제를 탐구한 경희학생포럼이 개최됐다.

미래문명포럼은 성균관대학 철학과 손동현 교수의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손동현 교수는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적용할 수 있는 기초적 사고능력을 키워주는 대학교육이 중요하다”며 “기초학문을 먼저 배우고, 그 위에 응용학문을 쌓을 수 있게 함으로써 학업의 수월성을 높이자”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손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성공해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새로운 전범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경희대 학생들이 미래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교양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도정일 대학장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문명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이 대학교육”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오늘 제기된 문제를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말로 미래문명포럼을 마무리했다.

경희학생포럼에서는 ‘몸과 재앙: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를 주제로 우리의 몸과 우주과학, 문화예술, 인류공동체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피고, 이런 연관성이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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