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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초청 특강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 ①'

2011-11-10 교육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학자 이정식 명예교수 강연
한반도 분단 원인에 관한 새로운 학설 발표

‘2011 석학 초청 특강’이 지난 11월 9일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호 강의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강연에서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 이정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명예교수(정치학)는 21세기의 눈으로 해방 후 역사를 재조명하고, 후학을 위해 학문하는 자세에 대한 체험적 교훈을 들려줬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석학 초청 특강’은 경희대학교가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실천인을 강사로 초빙해 국가와 인류사회의 더 큰 미래를 모색하는 ‘성찰과 창조’의 장이다. 첫 강연자로 초청된 이정식 명예교수는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으며, 11월 29일까지 총 4회에 걸친 강연을 통해 한반도 분단과 6·25전쟁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발표한다.

강연에 앞서, 중앙일보는 이정식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주요 내용을 11월 9일자 신문 1면과 4~5면에 대서특필했다. 그 같은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강연에는 경희대학교 조인원 총장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등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강의실에 입장하지 못한 청중을 위해 경희대학교는 청운관 7층에 화상 중계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허동현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경희대학교 조인원 총장은 “인사말을 준비하면서 30년 동안 스승으로 모셔온 세계적 석학을 어떻게 소개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면서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제목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원용해 “‘학구적인, 너무나 학구적인’이라는 한 마디가 평생 동안 치열하게 학문 세계에 도전하고 학문을 즐겨온 대학자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말로 이정식 명예교수를 소개했다.

이어 조인원 총장은 학생 청중들에게 “여러분의 세대는 단지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어진 책임을 즐기면서 사회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 특강이 세계적 석학의 큰 생각과 삶의 체취를 느끼면서 자기 발전을 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제적 시각으로 한반도 역사를 재조명하는 노력 필요
이정식 명예교수는 강연 첫머리에서 특강 전체 제목을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라고 정하게 된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에 대한 유명한 정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을 인용하며 “현재는 쉴 새 없이 변하며, 최근에도 미국·소련·일본·중국 등에서 계속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고 있기 때문에 21세기가 바라보는 해방기 역사는 과거의 시각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 기존의 학문적 접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국내 역사학자나 외국의 한국사 연구자들은 국토 분단과 6·25 전쟁의 원인을 한반도 내부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민족사의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관계 속에서 해방 후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명예교수는 강연을 통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풀어가는 학문 탐구의 과정을 들려줬다. 1강의 주제 ‘스탈린의 한국정책 1945: 한국현대사의 탐색’과 관련, 그는 1945년 9월과 10월 사이에 스탈린의 한반도 정책이 변화한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됐으며, 어린 시절 만주에서 생활한 경험과 새로 발굴된 자료를 토대로 역사의 진실을 캐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술회했다.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명탐정 셔일록 홈스의 애독자라고 밝힌 이정식 명예교수는 학문적 탐색은 작은 단서에서 범행 동기와 범인의 정체를 찾아내는 과정과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교수는 동아시아와 지중해 일대, 그리고 발트해 주변 북유럽 지도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정세와 그것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설명했다. 승전국 간의 전후 처리 회담에서 소련이 소외당하자 스탈린의 동방 정책이 180도 바뀌었으며, 그것이 분단 고착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학문 탐구는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찾는 과정
90분간의 강연을 마치며 이정식 명예교수는 “학문 탐구는 셔일록 홈스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집요하게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며, 때로는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그 행운 역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말로 학생 청중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강연이 끝난 뒤,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를 역임한 이인호 명예교수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작은 사건에서 큰 사건의 열쇠를 찾아내는 학문적 탐색 과정에 경탄했다”면서 “우리 학계에는 스탈린 시대의 선전선동용 거짓 정보를 진실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구체적 증거를 갖고 역사의 진실을 밝혀주신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앙일보 기사를 보도한 문화부 배영대 차장은 “인터뷰를 하기 전에 보내주신 기초 자료를 읽고 혼자 만나 뵙는 것이 너무 아까워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을 함께 데리고 갔다”며 “공부하는 방법, 국제적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눈, 끊임없는 호기심과 집요한 탐색 등이 앞으로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강 ‘중국의 내전은 한국 분단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오는 11월 16일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 강의실에서 개최되며, 이날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에 쫓겨 다니던 만주지역 팔로군(중공군)을 위해 북한 일대를 후방 기지로 제공한 스탈린의 조치가 한반도 분단을 고착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새로운 학설이 최초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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