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평화의 미래 대학의 미래” 모색한 UNAI-경희 국제회의

2011-10-05 교류/실천

조인원 총장, 기조연설 통해 시민교육·지구봉사
지원할 '세계기금’ 창설 제안

지난 9월 15일(뉴욕 시간 9월 14일) UN 세계평화의 날 30주년 기념 UNAI-경희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평화의 미래 대학의 미래"(Give Peace Another Chance)를 주제로 뉴욕 UN본부와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2시간 동안 동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총 3500명이 참석, 고등교육의 지구적 실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경희대학교 조인원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세계시민교육’과 '지구봉사’를 지원하기 위한 세계기금 창설에 대한 논의를 제안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13시간의 시차가 있는 UN본부와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실시간으로 연결, UN 웹캐스트(www.un.org/webcast)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UN Academic Impact(UNAI)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주도로 지난해 11월 설립된 UN 산하 기구로, 교육적 수단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번 UNAI-경희 국제회의는 UNAI가 세계평화의 날 취지를 실행에 옮기는 첫 행사였다. 세계평화의 날은 30년 전인 1981년 7월 경희대가 최초로 제안했으며, 그해 11월 제36차 UN 총회는 이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15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UNAI가 이번 국제회의를 기획하면서 공동 주최 기관으로 경희대를 선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고등교육은 세계평화 증진에 핵심 역할 수행해야"
9월 14일 저녁 7시, 뉴욕 UN본부 컨퍼런스 룸. 약 500명의 참석자가 회의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독특한 색채의 4인조 재즈밴드 칼레이다포닉(Kaleidhaphonic)의 개막 공연이 시작됐다. 이들은 인도 북부지방의 전통 타악기 타블라(Tabla), 남미의 실로폰과 비슷한 므비라(Mbira), 서아프리카 현악기(Kora), 플루트 등의 관악기로 세계가 하나로 어우러진 음악을 30분 동안 연주했다. 같은 시각인 9월 15일 오전 8시,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이른 시간임에도 3000여 명의 교직원과 학생, 일반 시민이 뉴욕에서 전송되는 공연을 지켜보며 회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조인원 경희대 총장이 입장해 단상에 나란히 앉았다. 이어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베스 닐슨 채프만 여사가 자작곡 '우리가 빌려 쓰는 세상(This Life That's Lent to You)'를 연주했다. 라운드테이블 패널리스트 중 하나인 그녀는 노래의 일부분을 한국어로 번역해 들려주었다.

마침내 9월 15일 오전 8시 36분(한국시간), 반기문 사무총장의 개회사로 UNAI-경희 국제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고등교육이야말로 민주주의 확산과 세계평화 증진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민주적 절차를 주도하고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바로 학생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뒤 "강의실에서, 사회에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환경을 개선하며 무엇보다 평화 증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원 총장, 대학다운 미래대학으로 도약하는 경희의 모습 소개
곧바로 조인원 총장의 기조연설 "평화를 위한 또 다른 제언(On Peace, Another Dream Ever Onward)"이 이어졌다. 조인원 총장은 세계평화의 날 30년 역사를 반추하며 "평화는 정치적 노력, 외교적 수단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정치와 외교의 근간인 인류 의식의 '초월적 역량’이 우리 안에 뿌리내릴 때, 평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조인원 총장은 "교육의 힘, 지성의 힘을 통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새 세계, 새 마음을 열어가자는 것이 UNAI 설립 취지라고 이해한다"면서,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 경희지구사회봉사단(GSC) 출범, 실천인문학 프로그램, 의료봉사 등 교육 · 연구 · 실천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경희의 모습을 전 세계에 소개했다.

또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인간 존엄을 위한 교육 ·봉사 기금" 창설을 제안한 뒤 "현실과 유리된 상아탑을 넘어, 궁핍과 풍요, 소외와 포용, 고통과 연민의 간극을 좁혀가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노상섭 동문은 "국가 원수급이 앉는 자리에서 모교의 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각국의 대사들이 착석하는 자리에 앉아 회의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영광이며, 높아진 경희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라운드테이블에 이어 서울-뉴욕 쌍방향 질의응답 진행
"고등교육과 인류의 존엄"(Higher Education and Human Dignity)를 주제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UN 공보처 사무국장이자 UNAI 책임자인 라무 다모다란(R. Damodaran) 씨가 사회를 맡았다. 그는 먼저 에두아르도 울리바리-빌바오(E. Ulibarri-Bilbao) UN 주재 코스타리카 대사에게 "지난 30년 동안 세계평화가 증진되었는지 아니면 더 악화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울리바리-빌바오 대사는 "냉전 종식으로 핵전쟁의 위협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지만, 지역분쟁이 심화되고 테러와 국제범죄가 확산되는 등 갈등의 원인이 더욱 다각화됐다"고 지적한 뒤 "그런 뜻에서 세계시민이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통합적인 방식으로 평화에 대한 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청소년과 젊은이를 위한 사회봉사의 틀이 필요하다"는 말로 고등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R. 다모다란 부국장은 '인종말살’이라는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뒤, 이를 막기 위한 고등교육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주문했다. 프란시스 뎅(F. Deng) UN 대량학살 및 잔혹행위 방지계획 특별자문역이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국제사회 전체가 인종 말살 및 잔혹행위를 방지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장조한 뒤 "이 문제는 오늘날 고등교육이 맞닥뜨린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는 말로 '인류 생존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인도 글로벌링크(Global Link) 주식회사 회장이며 일본 · 베트남 · 그리스 주재 인도대사를 역임한 아프타브 세스(Aftab Seth) 회장은 먼저 인도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타고르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타고르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반드시 대학을 방문해 고등교육이 평화 증진과 포용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말살의 역사는 계속 되풀이되어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형제자매를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김여수 명예교수는 '문명적 관점에서의 고등교육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과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와 가치관, 제도 등을 개발해 현실이 던져주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명의 기반이 된다"고 개념을 정리한 뒤 "미래의 대학은 인류의 존엄을 증진하고 교육 및 연구 과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시립대 재학시절부터 테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활동을 했으며 지난 1월에는 이집트 민주화 혁명에도 참여한 노르한 바수니(Norhan Basuni) 양은 "개발도상국에서 교육, 특히 고등교육은 어떤 지위를 주는 도구가 아니라 용기를 주는 수단이 된다"는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준 뒤, "우리는 교등교육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민족을 증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고, 인종차별의 해악에 대해 알게 된다"는 말로 지식인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

베스 채프만 여사는 "어릴 적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는 것을 보고 피부 색깔 때문에, 종교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한 개인사적 경험이 노래를 작곡하고 연주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면서 "연민과 창의성, 그리고 교육을 대량학살이 아니라 대량 교화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1시간여에 걸친 라운드테이블이 끝난 뒤 UN 본부와 평화의 전당에서 쌍방향으로 진행되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목련화’ 연주 등 경희의 예술 공연에 기립박수
이번 국제회의는 경희의 문화예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값진 자리이기도 했다. 회의 폐막을 앞두고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음악 공연은 UN 본부 청중은 물론이고 UN 웹캐스트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기 때문이다.

김정원(피아노), 양고운(바이올린), 윤진원(비올라). 송영훈(첼로) 교수의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사중주 e-flat Major 4악장 연주는 UN 본부 청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경희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가곡 '목련화’ 연주였다.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의 '목련화’는 1970년대에 국내에서 성악가 엄정행의 노래로 대중가요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목련은 경희를 상징하는 학교꽃(교화)이다. 이아경(메조소프라노), 홍성훈(테너) 교수와 함께 90명으로 구성된 경희합창단(지도 이선욱)이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영어로 연주했다. 경희오케스트라(지휘 윤승업)가 협연했다. 노래가 끝나자 UN 본부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UNAI-경희 국제회의는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Imagine)" 합창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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